故 정문술 미래산업 회장

미래전략죽음 앞에서 깨달은 전략 그 이상의 전략

정문술 회장 최후의 미래전략

  • 심재율 기자
 

카이스트를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정문술 회장이다.
카이스트는 국가가 세운 대학이기는 하지만,
정문술 회장 처럼 개인으로서 이 대학에 영향을 미친 인물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정문술 회장은 어떤 사람인지 하는 것이 관심사항으로 떠오른다.
오늘날 정문술을 만든 것은 무엇일까?

정문술은 2004년에 자서전을 냈다. 책 제목이 ‘정문술의 아름다운 경영’이다.
3쪽짜리 서문에는 2가지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첫 번째는 어렸을 적 이야기이다. 동네 공터에서 뛰어 놀고 있는데 낯선 노인 한 분이
어린 문술이를 불러 세우고 한참 동안 문술의 두 손을 꼭 붙잡고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허, 크게 될 놈일세.”

정문술은 어떤 난관이 닥쳐도 그 노인의 말을 기억했다.
크게 될 놈이라는 그 말을 마음속에 꼭꼭 숨겨놓고
아무도 모르게 매일같이 끌어내서는 그 말을 외고 또 외웠다.

그 한마디의 말이 그에게 미래지향성을 심어줬다고 정문술은 고백했다.
구차하고 안타까운 과거와 현재는 털어버리고 오로지 다가올 날들만을 생각하면서
그래 나는 결국 크게 될 놈이다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기업을 경영할 때의 일이었다.
하루는 한 직원이 사장실을 들어왔다. 아들놈 숙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숙제는 아빠 회사의 사훈을 적어 오라는 것이었다.

1990년대 초 미래산업에는 아직 사훈이 없었지만,
정문술 사장은 순간적으로 준비된 대답을 내놓았다.

“우리는 미래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미래를 상상하고 창조합니다.”

여기까지 읽는 순간, 필자는 가슴에서 무엇인가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정문술이 어떤 인물인지를 쓰기 열흘 전 필자는 미래학 강의를 들었다.
세계적인 미래학의 석학인 짐 데이터(Jim Dator)교수가 매년 3월말
한국에 2주 동안 카이스트를 방문해서 미래학 강의를 연다.

학생들이 주로 직장인이거나 전문직 혹은 공무원이다 보니 강의시간은 저녁에 몰려있다.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모두 7번에 걸쳐 21시간의 영어강의를 한다.

이광형 교수로부터 이 같은 소식을 듣고 필자는 나도 청강하겠다고 졸라서 허락을 받았다.

미래학이란 무엇일까? 하는 억누르기 어려운 호기심을 갖고 처음 강의실에 찾았을 때
필자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질문했다.

“미래학에서 말하는 예측(forecast)과 예언(prophecy)은 무엇이 다른가?”

기독교인에게 예언이란 거역하기 힘든 신비한 세계의 하나이다.
실제로 성경에는 수많은 예언의 이야기가 실려 있고,
또 수 천 년에 걸쳐 한 인물의 앞날이나 한 국가의 미래를 경고하는 예언이 널려 있다.

그러므로 예언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대한민국의 기독교와
그리고 수많은 교회에서는 넘치고도 넘친다.

그러나 예언은 신비한 영역이 있는 만큼 엄청난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인간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상태에서 예언에 의지해서 좋은 예언을 받으면 좋게 풀리고,
나쁜 예언을 받으면 나쁘게 풀린다는 일종의 무기력한 예정론에 빠질 위험이 매우 높다.

만약 인간의 모든 앞날이 예언대로 움직인다면,
인간은 굳이 땀 흘려 노력을 하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을 할 이유가 없어진다.

물론 성경에는 예언만 있지는 않다.
인간의 타락과 실패와 좌절도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라 발생했다.
인과응보(因果應報)의 도덕적 원리를 이야기한 부분이 훨씬 더 많다.

기독교 인이 아니라고 해도 대한민국 사람들의 유전자에는
‘정해진 미래’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이유 없는 끌림이 마음속 깊이 숨겨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숨겨진 동경과 끌림이 마치 자기 운명을 획기적으로 바꿔줄
부모님이 남긴 떼돈같이 생각하는 투기심리 마저 없지 않다.

그래서 기독교인이든 기독교 인이 아니든 간에 이 노다지 같은 금덩어리를 찾기 위해 
점집을 드나들거나 역술가를 찾거나 타로 상점을 기웃거리거나
신문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오늘의 운세에 슬쩍 슬쩍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점집을 찾지는 않는다고 해도 아주 많은 기독교인 조차 성경에 기록된 예언을 예로 들면서
자기 인생이 어떤 예언의 길을 따라 전개될 것인지 궁금증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과연 내 인생이 어디까지가 예정된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나의 영역인지
골머리를 싸매면서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일생을 돌고 돌아도 결말이 나지 않는다.

이 호기심을 억누르기 힘든 사람에게 미래학이란 바로
[서양학문]이란 옷을 입은 예언 또는 학술의 형태를 취한 점(占)은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딱이다.

미래학은 미래를 예언하지 않는다

데이터 교수의 강의로 돌아가자면, 미래학에서는 미래를 절대 예언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도 미래를 예언할 수 없다고 딱 자른다.
데이터 교수의 강의 중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부분은 “미래학은 미래를 연구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미래학은 무엇을 연구하는가?
미래학은 미래의 이미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미래의 이미지라는 것은 매우 광범위한 표현이다.
잡지를 1쪽부터 마지막 쪽 까지 훑어보듯이 파라락 하고 넘겼을 때
스쳐 지나가는 여러 가지 사진과 제목과 같은 다양한 이미지들이 그런 이미지에 해당한다.
웹 서핑을 할 때 나타나는 수많은 이미지들도 대상이다. 

모든 분야의 학문에서 다루는 모든 주제가 다 미래학을 하는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내용들이다.
미래학이 다뤄야 할 주제와 분야가 너무나 많고 다양할 뿐 더러 한도 끝도 없다.
앞으로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것은 수 백만 가지 또는 수십 억 가지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학자들은 대체로 4가지의 공통적인 미래의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금도 가끔 말한다.

“나는 가장 행복한 기업인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업인들을 보면 한 번 쯤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감옥에 가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기업을 오래하다 보면 크고 작은 불미스러운 일에 얽히게 마련입니다.
대한민국의 기업 환경이 혼자서 고고하게 한다고 하여 되지 않아요.
사업을 키우고 운영하려면 뭔가 석연치 않는 것과 연루되는 일이
한 두 번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나는 그런 일을 경험하지 않고 은퇴했어요.

또한 자식에게 돈을 물려주려 했다면, 여러 가지 무리수를 두었을 것입니다.
나는 그 일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부터 해방되었어요.
어쩌면 가장 명예롭게 은퇴하는 기업인으로 기록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바로 이러한 행운을 가지게 된 것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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