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스물일곱살에 창업한 성기학(68) 영원무역 회장은 아웃도어 한 우물만 파서 종업원 8만여 명에 연 매출 2조 원의 글로벌 전문기업을 키운 자수성가형 CEO다. 그는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로 성공 신화를 써왔다. 영원무역 본사는 서울 중구 만리동에 있지만, 성 회장의 마음은 늘 경남 창녕의 ‘성씨 고가’에 가 있다. ‘성씨 고가’는 조상들이 살았던 옛집이자 성 회장의 ‘고향사업’ 거점이다. 이곳에선 지금 ‘노블레스 오블리주'(귀족의 의무)라는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귀족의 의무)를 실천하고 있는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이 자신의 고조부가 쓴 ‘석문동’ 글씨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최근 그는 창녕읍 우포2로 언덕빼기에 70억원을 투자해 지상 3층(건평 1100평) 규모의 경화회관을 지어 흔쾌히 기부했다. 화왕산이 훤히 내다보이는 경화회관 응접실에서 성 회장은 “고향사업의 방점을 찍은 듯 기분이 좋다. 경화(耕和)라는 뜻 그대로 끝없이 밭을 갈고 꿈을 이루는 희망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경화회관 준공식에 참석한 성 회장을 만났다.
-경화회관은 매우 의미있는 프로젝트 같다. “선친(성재경)께서 1978년 이곳에 작은 회관을 지었는데, 이번에 헐고 완전히 새로 지었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규모나 구조, 색체 등에 신경을 썼다. 짓고 나니 잘 빠진 것 같다. 여기서 보는 화왕산이 어찌나 우렁찬지….” -조상 대대로 ‘성씨 고가’에서 살았나? “고조부 때부터 살았던 것 같다. 만석꾼 집안이었다고 한다. 선친은 해방 이후 출판사를 하다 1951년에 낙향했다. 고향에서 1950년대 후반 신기술을 터득해 대규모 양파 재배에 나서 큰 돈을 벌었다고 한다. 양파가 돈이 되는 환금작물이 된 것도 이때다.” -1963년에 경화회를 만든 건 획기적인 일이라는데. “경화회는 국내 최초의 농민자조 단체다. 새마을 운동의 전신이라 할 수 있다. 선친을 중심으로 26명이 시작해 현재 회원이 1200명이 됐다. 군 단위에서 이런 조직은 어디에도 없다.” -경화(耕和)는 어떤 의미인가. “그 뜻이 심오하다. 경(耕)은 기술, 생산성을 얘기하고, 화(和)는 참된 인간, 사회성을 얘기한다. 기술을 배양해 살기 좋은 농촌환경을 만들자는 거다. 새마을 운동은 관 주도가 되었지만 경화회는 지금도 농민 주체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에 선친의 동상이 함께 세워져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선친은 1981년 작고하셨는데 당신이 운영하던 협성농산의 많은 주식을 경화회에 기부하는 등 애착이 많았다. 선친은 실사구시형이었다. 경화회의 기틀을 다졌고, 창녕을 양파 주산지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대대손손 적선지가(積善之家) -웃대 어른들도 좋은 일을 많이 했다던데. “1876년 병자년에 큰 흉년이 들었는데 우리 고조부(성찬영)께서 땅을 팔아 굶주리던 인근 지역 사람들을 구휼(救恤)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들었던 얘기다. 일제때는 조부(성낙안)께서 지양강습소라는 학교를 차려 지식인 교육을 했고, 아버지(성재경)는 고향에서 경화회를 만드셨다.” -집안 전통이 성 회장에게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웃음) 난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하신대로 하고 있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렇게 하라는 가르침을 받았고….”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고 있는데. “어디에도 공짜는 없다. 뿌린대로 거둔다. 앉아서 덕 본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선조들이 해온 대로 하니 주위가 밝아지고 내게도 보답으로 돌아오더라. 그게 함께 사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집안에 적선 DNA가 있는 것 같다. “(웃음) 좋은 건 이어져야 하는 거 아니냐.” -고향에는 자주 내려오나? “일 있으면 내려온다. 대구시 현풍에 의류공장이 있기 때문에 자주 올 수밖에 없다. 귀한 손님이 오면 ‘석리(성씨) 고가’를 내가 직접 안내한다. 연간 20여 차례는 오는 것 같다. 고향집에 오면 마음이 그렇게 푸근할 수가 없다.” -‘성씨 고가’ 복원은 끝난 건가? “집안 어른이 살던 집 30여 채 중 6·25때 불탄 16채를 복원했다. 1997년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고향에 가보고 싶다는 말을 듣고 그때부터 고가들을 해체한 뒤 재조립하는 형태로 되살렸다. 복원은 최근 마무리됐다. 1928년에 지은 경근당 등 6채는 경남문화재 자료 제355호로 지정돼 있다. 전통의 현대를 잇는 주민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종업원 8만 명, 연 매출 2조 원 -회사(영원무역) 이야기 좀 해 보자. 경영은 잘 되시는지. “40여년간 한 우물만 팠더니 우물이 깊어졌다. 경영 여건은 녹록치 않다. 하긴 한번도 어렵지 않은 때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돌파했다. 어려움은 돌파하라고 닥치는 거 아니냐.” -영원무역의 전체 구조가 궁금하다. “영원무역홀링스가 지주회사이고 영원무역은 핵심 제조사로 보면 된다. 그 아래 국내외에 30개의 공장이 있다. 난 딸만 셋인데 지금 한창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영원’은 어떻게 지은 이름인가. “팝 가수 클리프 리차드의 히트곡 ‘더 영 원스(The Young Ones)’에서 따왔다. 한자는 영원(永遠)이 아니라 길 영(永)에 으뜸 원(元)을 쓴다. 오래가는 으뜸…. 그럴듯하지 않나.” -기업 경영의 철학이 있다면. “한마디로 ‘경근일신(敬勤日新)’이다. 내 사무실 벽에 붙여두고 늘 새기고 있다. ‘경근’은 노동을 존중한다는 뜻이고 ‘일신’은 날마다 새롭게 한다는 의미다. 조상들로부터 얻은 지혜다.” -창녕 ‘성씨 고가’에 당호로 걸려 있는 걸 봤다. “맞다. 창녕 고가의 ‘경근당’이라는 사랑채에서 내가 자랐다. 고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엔 ‘일신당’이라고 손님을 모시는 정자도 있다. ‘경근’과 ‘일신’은 서로 의미가 통한다. 나의 좌우명이다.” -영원무역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나눔과 기부를 해보니 그게 선순환 고리가 되어 돌아오는 것 같았다. 꼭 필요한 곳에 지원을 하면 기폭제 역할을 하더라. 힘 닿는 데까지 계속 할 생각이다.” -하고 싶은 일이나 바람은? “경화회의 좋은 취지와 활동이 창녕에 머물지 않고 부울경 지역,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에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또 한가지는 빨리 통일이 되어 대규모 통일사업을 하는 게 꿈이다.” # 유명강사 초청 무료학당·학회 개최 ■ 인터뷰 언저리
영원무역 성기학이 회장이 신축해 기부한 창녕 경화회관.
“석리(성씨) 고가에 들렀다가 가세요. 볼게 많아요.”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은 창녕 경화회관 준공식 뒤, 참석자들을 대지면 석리의 ‘성씨 고가’로 이끌었다. ‘성씨 고가’는 근대한옥 30채가 옹기종기 모여앉은 경남의 대표적인 한옥촌이다. 정원이 아름답고 건축물들이 정갈하고 기품이 있다. 성 회장은 직원 2명을 채용하여 관리를 맡기고 있으며, 이곳을 ‘고향사업’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 학회나 세미나 행사 때는 고가를 통째로 빌려주고, 평상시에는 학당(문화센터)을 운영한다. 학회는 연간 6~7회 열리며, 참석자들이 원하면 고가 스테이도 가능하다. 고가 별채에서 7년째 열리는 문화센터는 현재 13기가 돌아가고 있다. 외부 유명 강사가 초빙되어 논어 맹자 서예 사진 영어회화 등을 가르친다. 기당 100여 명이 참가하며 무료다. 우포늪과 가까워 환경 세미나도 종종 열린다. ‘숨겨진 보물'(사진명소)이 없느냐고 하자, 성 회장은 별채가 있는 정원으로 기자를 안내해 큼지막한 바위 앞에 선다. “자 찍어요. 석문동(石門洞)이란 글씨가 보이죠. 우리 고조부님께서 처음 이사와서 쓴 글이래요. 이게 석리로 변했으니 그 자체로 마을 역사죠, 허허.” 이때 월드비전 학생 탐방단이 정원으로 들이닥쳤다. 영원무역은 월드비전의 중요한 후원자다. 성 회장은 탐방단과 어울려 함께 노래하고 사진을 찍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그의 뒷모습은 청년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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